[1월 연구소 소식] 제18회 관악블록세미나 <낭만성의 성찰>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독일어문화권연구소의 관악블록세미나가 어느덧 열여덟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제가 독일 유학을 떠나기 전 서울대에서 박사과정 중일 때 제1회 블록세미나에 참석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그때로부터 스무 해가 지났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여섯 분의 강연자 선생님들께서 독일어권 인문 고전 한 권씩을 소개해 주셨던 첫 번째 행사 이후 관악블록세미나는 거의 매년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어 왔습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한 후 연구부장이 되었을 때는 홍진호 소장님의 기획으로 2년 연속 ‘독일의 공연예술’이라는 주제로 블록세미나를 준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여러 해 동안은 ‘인공지능’에 이어 ‘문학번역’이 우리 블록세미나의 화두였습니다. 2024년 여름에 개최된 GiG 국제학술대회라는 예외적인 큰 행사를 제외한다면 관악블록세미나는 독일어문화권연구소에서 개최하는 1년 동안의 학술행사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자리입니다. <기억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작년 블록세미나에서는 충실한 기획자의 역할에만 머무르려 하였으나, 2년간의 소장직을 마무리하는 이번 학술행사에는 저도 강연자로 참여하여 작은 기여라도 하고자 합니다.
제18회 관악블록세미나의 주제는 <낭만성의 성찰>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간 19세기 전반 유럽 여러 나라에서 성행했던 낭만주의의 정신을 탐구해 보려 합니다. 첫날에는 낭만주의 문학이론을 정립한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를 괴테와의 관계, 횔덜린의 뮈토포에지, 비평 개념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고찰합니다. 이튿날에는 시야를 확장하여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자 스탈 부인의 『독일론』, 헤겔의 이른바 ‘낭만적’ 예술이론,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인간관과 자연관까지 두루 살펴봅니다. 봄을 준비하는 추운 겨울 우리의 정신을 충만하게 채워줄 관악블록세미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게 아직 제1회 관악블록세미나의 기억이 남아 있듯이 청중 여러분의 기억에 오래 남을, 나아가 누군가의 정신에는 낭만성의 홀씨가 내려앉는 그런 자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환영합니다, 여러분!
독일어문화권연구소장 조성희 드림
독일어문화권연구소는 매년 ‘관악블록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학내외 학자들을 초청하여 시의성이 높은 융합 학문적 주제나 최신 문화이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발표를 듣고 토론을 진행하는 학술대회를 열어 오고 있습니다. 제18회 관악블록세미나의 주제는 <낭만성의 성찰>이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우리 연구소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문학, 철학, 미학 등의 관점에서 본 낭만성의 여러 측면에 관한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이 각각 낭만성에 접근한 사례에 관해서도 함께 배우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제18회 관악블록세미나
일시: 2026년 1월 20, 21일
장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4동 302호
사회: 서진태(서울대)
< 세부일정 >
2026년 1월 20일(화)
13:30-14:40 조성희(서울대 독문과)
“진정한 예술의 서광”: 초기 낭만주의자들이 본 괴테
14:50-16:00 이영기(충북대 독일언어문화학과)
새로운 신화: 횔덜린의 뮈토포에지
16:20-17:30 이경진(서울대 독문과)
독일 초기 낭만주의의 비평 개념
2026년 1월 21일(수)
13:30-14:40 김영욱(서울대 불문과)
“우리 안의 신”: 스탈 부인 『독일론』에서 열광의 체계
14:50-16:00 박정훈(서울대 미학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헤겔 미학에서 낭만적인 것
16:20-17:30 한서린(서울대 영문과)
영국 낭만주의: 자연과 마음의 문제를 중심으로
2026년 1월 20일(화) 강연들
조성희 소장님께서는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자들이 본 괴테의 모습을 주제로 강연해 주셨습니다. 과거 문학사에서는 괴테가 속한 바이마르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서로 대립하는 부분에 주목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연속성에 더 주목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소장님께서는 그 근거 중 하나로 대표적 초기 낭만주의자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여러 글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낭만적 포에지에 대한 슐레겔의 설명을 괴테와 괴테의 작품에 대한 그의 호평과 비교하면 초기 낭만주의자들의 문학관과 창작관이 고전주의자들과 반드시 대립적이지만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영기 선생님께서는 강연을 통해 독일에서 후기 계몽주의 시기부터 시작해서 ‘신화’, ‘종교’, ‘철학’, ‘이성’, ‘시문학’을 결합하려는 여러 시도와 그 이유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화에 대한 초기 낭만주의의 관점과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관점을 비교해 주셨고, 이어서 횔덜린의 관점을 특히 그의 비가 「빵과 포도주」를 중심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영기 선생님께서는 결론적으로 횔덜린의 뮈토포에지를 신화의 역사적 소여성과 시인의 지적 성찰의 정교한 결합으로 요약해 주셨습니다.

이경진 선생님께서는 대중의 계몽과 교육을 주된 목표로 삼은 계몽주의 시기의 비평과 달리 초기 낭만주의의 비평이 예술적 자율성을 중시했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런 초기 낭만주의자들의 비평은 그들이 발행한 여러 출판물에서 다양한 비평 형식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경진 선생님께서는 이런 초기 낭만주의 비평이 문헌학적 비평 개념과 철학적 비판 개념, 문예 비평 개념을 종합하였고, 현대적 비평의 정초가 되었음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2026년 1월 21일(수) 강연들
김영욱 선생님께서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전낭만주의로 분류되는 스탈 부인의 <독일론>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관점에서 본 독일에 대하여 강연해 주셨습니다. 스탈 부인은 독일인의 특징으로 ‘열광’을 꼽으며, ‘광신’과 달리 ‘열광’은 “미에 대한 사랑, 영혼의 고양, 헌신의 기쁨이며, 이 감정은 위대함과 평온함을 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독일이 정치적으로는 크게 분열되어 있지만, 대신에 독일인들은 일종의 정신적·문화적 조국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스탈 부인은 정치나 사회적 교류는 독일 보다 낫지만, 혁명의 부작용을 겪고 있던 프랑스가 독일과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관계라고 보았습니다.

박정훈 선생님께서는 헤겔 미학에서 다루는 낭만적인 것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헤겔에 따르면 예술의 과제는 신적인 것, 인간의 가장 깊은 관심, 정신의 가장 포괄적인 진리 등을 의식으로 가져와 이를 표출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신적인 것’은 단순히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의 인간이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 이해한 신성의 총합을 가리깁니다. 헤겔은 예술을 상징적, 고전적, 낭만적 예술로 구분하고, 절대자의 감성적 현시를 현실에 구현했던 시대의 고전적 예술은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낭만적’ 예술은 실제로는 헤겔의 ‘당대’ 예술을 의미하는데, 그것의 핵심은 절대적 내면성과 정신적 주관성입니다. 이제 예술이 어떤 형식에 구애받는 시기는 끝나고,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이라고 헤겔은 주장합니다.

한서린 선생님께서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중심으로 영국 낭만주의의 낭만성에 대하여 강연해 주셨습니다. 세속화가 진행 중이던 유럽에서 영국은 산업화가 가장 극심하게 이루어지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국 낭만주의에서는 초자연의 자연화와 신성의 인간화 성향이 나타났습니다. 사라져가는 신성은 자연과 인간의 마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변형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유행했던 독일 고딕 발라드의 지나친 선정성과 감정 과다를 경계한 워즈워스가 일종의 대안으로 쓴 서정 발라드에 이런 특징들이 잘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