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연구소 소식

 

 

< 2024년 10월 8일 독일어문화권연구소 해외학자 초청 강연회 >

 

독일어문화권연구소는 다양한 학술 행사의 개최를 통해 활발한 지적 활동의 장을 마련해 왔습니다. 2024년 2학기의 세 번째 행사인 이번 행사에서 본 연구소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Dieter Borchmeyer 명예교수님을 초청하여 해외학자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보르히마이어 선생님은 18세기-20세기 독문학, 연극학, 음악극 분야의 권위자로서 특히 2010년대 난민 수용 문제가 발생한 후 독일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독일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연해 주셨습니다.

 



< 독일어문화권연구소 해외학자 초청 강연회 >

  • 일시: 2024년 10월 8일(화) 오후 4시-6시
  • 장소: 서울대학교 신양학술정보관(4동) 309호
  • 사회: 서진태(서울대)

 



< 세부일정 >

(1) 인사말과 강연자 소개

(2) 강연과 토론

강연자: 디터 보르히마이어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강연제목: Was ist deutsch? Eine nicht nur deutsche Frage

(무엇이 독일적인가? 독일적이지만은 아닌 질문)

 

독일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자문한 국가는 없습니다. 바그너, 니체, 좀바르트, 토마스 만, 아도르노와 겔렌 등 독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인물들이 “무엇이 독일적인가?”라는 질문을 두고 고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자기 부정에서 자기혐오에까지 이르는 결론이 나기도 했고, 때로는 통일 국가의 부재로 인해 겪은 환난 때문에 타자에 대한 우월성 집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독일적 deutsch’라는 단어는 ‘민중, 백성, 민족’을 뜻하는 게르만어 ‘thioda’에서 유래했고, 중부 유럽에 거주하던 게르만 부족들의 언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영국적 englisch’‘프랑스적 französisch’‘이탈리아적 italienisch’가 각각 앵글족, 프랑크족, 이탈리아족을 지칭하다가 각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를 가리키는 말로 변했지만 ‘독일적’은 어떤 부족이나 민족, 국가라는 정치적인 조직체가 형성된 후 생긴 말이 아니라, 특정한 언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이렇듯 처음에는 비정치적 의미로 사용된 단어가 신성로마제국의 해체 후 향수와 결부되어 정치화되었다는 것이 바그너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바그너는 그런 정치화된 ‘독일적’ 정체성보다는 독일 문학, 철학, 음악 등을 통해 드러나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독일 정신을 긍정했습니다. 이는 18세기 후반 마이네케가 쓴 『세계시민주의와 민족국가』라는 책에서 설명한 ‘문화국가 Kulturnation’이라는 개념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공통적으로 경험한 문화자산에 근거한 ‘문화국가’라는 개념은 괴테와 실러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 관점은 훗날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니체와 토마스 만 등은 진정으로 ‘독일적’인 것이 국경으로 구분되는 국가에 달려있지 않고 국가를 초월한 세계주의적인 성격이라는 믿음을 국수주의적 민족주의가 유행하던 19세기와 20세기에도 주장하였습니다. 때로는 독일이 다른 민족들을 이런 세계주의적인 관점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우월의식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 결국 독일은 다른 어떤 유럽 국가보다 낯선 것을 동화하고, 타자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며, 민족 정체성을 세계시민주의와 융화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독일은 재통일 후 그 역사상 최초로 진정한 유럽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독일에는 토마스 만의 주장처럼 국가를 초월한 민족으로서 유럽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추구할 ‘독일적’인 모습은 민족성과 유럽 정신 사이에 균형을 잡고, 세계시민주의를 어떠한 우월의식 없이 이웃 국가들과 세계공동체를 상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