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둘째 주 연구소 소식] 독일어문화권연구소 해외학자 초청 강연회


9월 둘째 주 연구소 소식

 

 

< 2024년 9월 11일 독일어문화권연구소 해외학자 초청 강연회 >

 

2024년은 독일 문학의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가 사망한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에 독일어문화권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카프카 연구기관 중 하나인 옥스퍼드 카프카 연구소의 소장인 옥스퍼드 대학교의 Duttlinger 교수님을 초청하여 해외학자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 독일어문화권연구소 해외학자 초청 강연회 >

  • 일시: 2024년 9월 11일(수) 오후 4시
  • 장소: 서울대학교 신양학술정보관(4동) 309호
  • 사회: 서진태(서울대)

 



< 세부일정 >

     (1) 인사말과 강연자 소개
     (2) 강연과 토론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유대계 종교 철학자 마틴 부버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무렵, 동유럽과 서유럽의 유대인들에게 하나로 뭉칠 것을 호소하며 ‘이 세상에서 진지하게 살려는 자는 책임감을 느낌으로써 공동체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책임’이 위기의 상황에서 흩어진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으며, 이 감정은 전적으로 각 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러한 부버의 주장은 독일 문학의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미 1915년부터 부버는 카프카에게 「유대인」이라는 잡지에서 함께 활동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재차 권유를 받은 카프카는 1917년 부버에게 12편의 단편을 보냅니다. 그러면서 이 단편들을 부버가 강조했던 ‘책임’을 제목으로 삼아 작품집으로 묶어 발간할 의도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1920년에 카프카가 이 작품집을 실제로 발간했을 때, 그 제목은 카프카가 부버에게 처음에 약속했던 제목인 ‘책임’이 아니라 ‘어느 시골 의사’였습니다. 이렇듯 카프카는 부버의 주장에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림 형제의 독일어 사전에 따르면 ‘책임’이라는 독일어 단어 ‘Verantwortung’의 의미는 첫 번째는 15세기에 사용된 의미로, ‘황제에게 답할 내용의 제안, 계획’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황제의 전령」이라는 카프카의 단편과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의미는 ‘변호’나 ‘변명’에 가까운 뜻입니다. 세 번째 의미는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책임’의 의미입니다. 두틀링어 선생님은 많은 사례를 들어 카프카의 글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의미가 섞여 나타나지만, 대체로 1916년 이전의 글에는 두 번째 의미가, 그 이후의 글에서는 세 번째 의미가 더 우세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카프카의 글에는 어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부담을 짊어지려는 시도가 실패하거나, 아예 그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때로는 공동체가 책임을 지려는 개인을 핍박하는 묘사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일기 등 카프카의 후기 글에는 공동체에 속한 개인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다만 카프카의 글에는 ‘작가’가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 수반되는 혼란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카프카는 ‘책임’과 ‘공동체’라는 개념에 대해 양가적인 자세를 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