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구소 소식] 2학기 종강집담회


12월 연구소 소식

 


2023년도 2학기 종강집담회

2023년 12월 8일

독일어문화권연구소는 전통적으로 학기 말 집담회를 통해 흥미로운 연구 주제에 관한 학문적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 왔습니다. 이번 집담회에서는 올해 독일 훔볼트대학에서 박사 학위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신진 연구자 최가람 박사와 독일사 연구 전문가이신 한양대학교 사학과 문수현 교수님을 모시고 흥미로운 강연을 청해들었습니다.


<독일어문화권연구소  2023학년도 2학기 종강집담회>

    •일시: 2023년 12월 8일(금) 오후 3시

         •장소: 서울대학교 신양학술정보관(4동) 308호

     •사회: 현정선(서울대)

    세부일정:
(1) 15:00-16:00:
강연자: 최가람(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강연제목: 머묾과 떠돎: 로베르트 발저의 1910년경 작품들에 나타난
하인정신 Dieneridee의 형상들

 (2) 16:10-17:10
강연자: 문수현(한양대 사학과)
강연제목: ‘생명(Leben)’ 對 ‘인간됨(Menschlichkeit)’:
“낙태와 형법 218조를 둘러싼 논의(Die Diskussion über die Abtreibung und den §218)”



😊 최가람 선생님
은 로베르트 발저의 문학에서 발견되는 상반된 계기들의 긴밀한 상호작용들 가운데 특히 머묾과 떠돎(Bleiben und Treiben)의 ‘이접적’ 연결에 주목하여 1910년 전후로 쓰인 발저의 작품들에서 하인정신이 형상화되는 양상들에 관해 강연하였습니다. 하인 정신은 근본적으로 자유에 대한 갈망과 대상세계에 대한 충실성이라는 이율배반적 요구들이 결합되어 형성된 하인형 인물의 독특한 이동성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전개된다는 점에서 최가람 선생님은 발저 문학에서 나타나는 가까움과 멂, 머묾과 떠돎의 결합에 주목하였습니다.

발저 문학에서 동경(Sehnsucht)은 제한이라는 조정을 통해 멂과 가까움, 머묾과 떠돎이라는 두 대립적 계기를 연결하는 원리로 기능합니다. 최가람 선생님은 먼 곳에 대한 동경을 가까운 곳에 대한 동경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양식, 즉 ‘근교 내에서의 떠돎’과 ‘갇힌 공간 내에서 익숙한 것을 새롭게 읽기’를 하인정신이 실현되는 두 가지 중요한 양태로서 제시하였습니다. 두 대립적 요소들의 이접적 연결에서 발저는 ‘가까움’에 대한 선호를 보이지만, 이것이 ‘멂’에 대한 발저의 무관심이나 경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최가람 선생님은 설명하였습니다. 오히려 발저의 하인형 인물은 가까움 안에서 멂을, 머묾 안에서 떠돎을 구현합니다. 강연에 따르면 ‘가까움’에 ‘기울어져 geneigt’ 있는 발저 식 이접적 연결의 함의는 다음의 두 가지로 규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발저의 하인형 인물들은 대상과 정면으로 대등하게 마주하고 있다기보다 대상의 곁에 위치하면서 끊임없이 대상에 점근해가며, 두 번째로 하인형 인물은 그의 책임과 의무가 주어진 공간에 기꺼이 머무르며 이 공간 내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기획함으로써 ‘자유로운 의무’와 ‘제한된 자유’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점입니다.

😊 문수현 선생님은 1970년대 독일사회에서 낙태문의가 논의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강연하였습니다. 근대화와 더불어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강화되어감과 동시에 근대 사회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 역시 강화되어갔습니다. 낙태 문제는 이러한 상반된 흐름의 교점에 서 있습니다. 문수현 선생님은 낙태에 관해 당시 교회, 여성, 의협의 가졌던 입장을 사료와 기록을 통해 살펴보았고, 서독에서 이루어진 낙태에 관한 법안 개정의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문수현 선생님은 1970년대 낙태 문제 논의에서 생명의 존엄성,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 나치 과거사로 인한 독일사회의 특수성 등 ‘규범’적인 논의만큼이나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두 축의 논리는 낙태에 대한 반대와 찬성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였습니다.